[어두운 연구실, 흐릿한 조명 아래 두 사람의 실루엣만 보인다]
조교수 : “정말로, 진행 하실 생각인가요?”
조교수 : “아직 김우주님의 동의도 구하지 못했는데요,”
[은하는 조교수 건너편 의자에 앉아있다. 그녀의 눈은 초점이 흐려져 있고, 입술이 살짝 떨리고 있다.]
은하 : “네. 우주는 제 뜻을 이해할거에요”
[조교수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, 대답했다.]
조교수 : “알겠습니다.”
[조교수는 서약서를 꺼내 은하에게 건넸다.]
조교수 : “여기에 싸인하셔야 합니다”
조교수 : “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에요”
[은하의 손이 살짝 떨리지만, 그녀는 망설임 없이 펜을 잡고 서명한다.]
…
..
몇 년 전..
[봄바람이 살랑거리는 3월의 오후, 한강공원]
은하는 한강공원 벤치에 힘없이 주저앉아 한강을 바라보았다.
[갑자기 누군가의 그림자가 은하 위로 드리워졌다. 은하가 고개를 들자, 한 남자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.]
우주 : “김은하씨?”
[은하는 놀라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.]
은하 : “네? 제 이름은 어떻게..?”
우주 : “아, 회사 명찰에 적혀있어서요”
우주 : “저는 김우주에요”
[우주는 은하를 1~2초간 빤히 바라봤다. 그 후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은하에게 건넸다.]
우주 : “이 때 꼭 오세요, 힘들 때 전화 하시구요.”
은하 : “잠.. 잠시만요!”
[은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우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.]
쪽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.
우주가 남긴 쪽지:
이번주 토요일 9시에 봐요.
장소 마포역 3번출구
전화번호 010…
[은하는 쪽지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.]
[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쪽지를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 조심스럽게 넣었다.]
[은하의 집 현관.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 은하가 서 있다.]
은하는 그 후 집에 돌아와 인사했다
은하 : “다녀왔습니..”
[거실. 어지럽게 널브러진 빨래들과 술병 사이로 은하의 아버지가 보인다.]
은하 아버지 : “은하왔니? 어서와라.”
거실에는 개다만 빨래들과 술의 형체가 보이는 검은 봉다리가 나뒹굴고 있었다.
역시나 아버지는 오늘도 술을 마시고 계셨다.
은하 : (독백)그럼 그렇지…
[부엌에서 은하의 어머니가 은하에게 다가온다. 그녀의 표정은 지쳐 보인다.]
은하 어머니 : “응, 왔어?”
어머니도 나를 반겨주셨지만, 표정이 좋지 않으시다.
이유는 아버지의 알콜 의존증.
작년 말에 아버지가 구조조정을 당한 뒤였으려나,
아버지는 그 이후로 매일 술만 드시고 있다.
[은하의 방. 은하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다.]
퇴근 후 업무에 지친 지금은 더이상 신경쓰기 싫다.
은하는 그대로 방 안에 들어가 이불에 숨었다.
바깥은 부모님의 언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고,
나는 그것을 감추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다.
[은하는 이불 안에서 쪽지를 펼쳐 봤다]
우주: “토요일 9시, 늦지 않게 와요!”
[은하의 휴대폰 화면. 통화 연결 중인 화면이 보인다.]
[휴대폰을 보니,]
[이미 전화가 걸려있었다.]
[뭐야?]
[왜 멋대로 전화가 걸려?]
[번호를 누른 적도 없는데?]
[은하의 방. 은하가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다.]
[뚜두두두두…]
[은하는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른 채]
[숨이 턱 막혔다.]
[스마트폰엔 수신되었다는 화면이 보였다.]
[그냥 끊어버렸다.]
[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우주가 들어온다. 은하는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.]
[그러더니, 우주가 갑자기 방 문을 열며 내 방안에 들어왔다]
우주 : “은하씨, 왜 끊어요?”
[은하의 얼굴이 창백해진다.]
은하 : “아니, 제 이름은 어떻게 알아요?”
은하는 오한이 생겼다.
이 사람 뭐야?
은하 : “…그리고 어떻게 들어왔어요?”
[우주가 은하의 방을 둘러보며 미소 짓는다.]
우주는 한마디 한다.
우주 : “방은 좀 치우고 살아요!”
[은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우주를 노려본다.]
[은하는 벙쪄있던 도중 말을 이어갔다.]
은하 : “아니, 당신 뭔데? 얼른 나가!!”
[우주가 손을 들어 항복하는 제스처를 취한다.]
우주 : “알겠어요”
우주 : “토요일! 늦지 않게 와요!”
은하 : “얼른 나가요! 경찰에 신고하기전에!”
[우주는 도망치듯이 방 문을 나갔다.]
[은하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방문을 바라본다.]
[정신 차리고 보니 바깥에는 부모님의 고성이 잠잠해져 있었다.]
[은하가 거실로 나가 부모님을 바라본다.]
[은하가 당황하며 부모님께 물었다.]
은하 : “바깥에 누구 없었어?”
[부모님이 평온한 표정으로 은하를 바라본다.]
[두분은 싸웠다는 사실도 망각했는지, 나에게 태연하게 말했다.]
은하 아버지 : “바깥에? 별 소리 안났는데?”
은하 어머니 : “은하 과일 먹을래?”
[은하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부모님을 바라본다. 그녀의 눈에 의문과 불안이 가득하다.]